18일 이사회서 우리銀 입찰참여 여부 결정 '분수령'

[보험매일=임근식기자] 보험사가 은행을 소유하는 이른바 ‘어슈어뱅크’가 국내에도 탄생할 수 있을까. 금융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 오른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문제가 오는 18일 최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은행업 진출을 숙원으로 여겨왔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직접적 언급을 회피하고 “우리은행 인수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이사회에 공을 넘겼고 드디어 18일 정기이사회에서 우리은행 예비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교보생명은 지금까지 보험사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은행업 진출을 꾸준히 모색해 왔고 여기에 신창재회장의 의중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게 정설이다.
신회장도 은행업 진출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여건이 성숙되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린 듯한 느낌이다. 우리은행 인수 참여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듯 싶다.

신창재회장의 인수의지가 너무 강해서 일까.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부담을 느낀 것인지, 고도의 전략인지 신회장은 “인수가격이 생각보다 높으면 포기할 수도 있다”며 한걸음 물러서며 선긋기에 나서기도 했다. 사고는 싶지만 높은 값을 치르고 살 생각은 없다며 선수를 친 것이다.

그러나 그 속내는 숨길 수 없는 법. 교보생명 내부에서는 우리은행 인수를 위한 밑그림들이 분주히 그려지고 있었다.

교보생명 입장에서 우리은행은 훌륭한 ‘사냥감’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좋은 ‘먹잇감’이 나타났음에도 덥석 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워낙 ‘대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이다. 우리은행 지분 30%를 인수하는데 대략 3조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보험업법상 출자한도에 걸려 교보생명이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1조원 남짓이다. 나머지 2조원에 이르는 규모는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설령 18일 이사회에서 우리은행 예비입찰 참여를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자금 조달이 최대 과제로 남는 셈이다.

현재 자금조달의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자금은 조달해 주지만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은행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이다.
그 파트너로 프랑스 악사그룹을 지목하고 있다. 악사는 교보생명의 지분 2.24%를 보유하고 있고 양사간 유대관계가 돈독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하는데 최적의 조합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한국투자금융도 ‘회자’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도 내부적으로 컨소시엄을 통한 참여검토를 마친 상태지만 아직 그 여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교보생명이 자금조달이라는 큰 산을 넘어선다 해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또 한번의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은행 인수전에 교보생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공공입찰에서 복수 입찰자가 참여해야 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입찰이 무효화 된다.
교보생명과 경쟁대상이 없다면 ‘유효경쟁 입찰원칙’에 따라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

교보생명의 ‘독자출마’로 끝날 경우 당사자인 교보생명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겠지만 금융당국도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된다. 이번에도 입찰자가 없거나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으면 네 번째 민영화 시도도 무산되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금융당국이 해외 금융사라도 국내법에 의거해 적절한 인수자격을 갖추고 있다면 우리은행 인수후보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의 경영권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는데 대한 거부감이 있음에도 중국 안방은행이 우리은행 인수전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은행이 28일 경영권 지분 30%를 매각하는 본입찰을 마감한다. 그 서막은 분명 18일 열리는 교보생명 이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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