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 임근식기자]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 참 익숙한 구호다. 과거 정부가 출산제한을 위해 세뇌가 될 정도로 홍보했던 문구다.

정부는 국민 의식화와 더불어 실천적 행동에도 나섰다. 당시 예비군훈련장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남성불임시술팀이 예비군 훈련장을 순회하며 즉석에서 정관수술을 한 것이다. 그 ‘보상’으로 4~5일간 실시하는 동원예비군 훈련을 면제해 주는 조건을 내걸었다.

74년부터 90년도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씨말리기 정책’ 대열에 합류한 예비군 인원이 무려 48만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생산 능력’을 보유한 젊은 아빠들을 대거 도태시킨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가구당 셋째 자녀부터는 소득세 공제대상에서 제외시켰고 국민건강보험도 적용해 주지 않았다. 당시 아이 셋을 가진 부모는 ‘야만인’ 취급을 받아야 했다.

이렇듯 정부는 행정조직을 총동원해 출산억제정책을 폈다. 88년 정부는 인구증가율 1%목표를 조기달성 하였고 이후 인구감소가 시간문제라는 분명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가족계획사업을 계속 밀어 부쳤다.

정부의 정책 덕분에 지금 대한민국은 출산율 세계 최저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러한 ‘눈부신 성과’도 오래가지 못했다.

인구감소가 경제성장 동력저하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자 이젠 출산장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격세지감이다.

세 자녀를 가진 세대에게 자녀양육비 지원이나 주택구입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정책을 동원해 보지만 저출산 문제의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장면에서 난임보험이 등장한다. 저출산 문제는 이미 국가과제로 부상했고 난임보험은 다분히 정책적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먼저 난임보험의 가장 큰 맹점은 가입 조건인 ‘난임’ 사실을 증명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난임이란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일상적인 성생활을 1년 이상 지속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가입 전 증명 가능한가?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또 금융당국이 역선택을 막기 위해 출시 초기에는 단체보험위주로 판매한다지만 보장을 받으려면 모든 절차가 노출될 수밖에 없어 “우리 부부는 난임이요!”하면서 드러낼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난임보험이 도입취지에 걸맞게 난임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출산에 기여하는 순기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출시되기도 전에 문제점을 노출시키며 구설수에 오르는 건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는 우려 때문이다.

지금 대형손보사를 중심으로 난임보험 출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암묵적으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금융당국이나 보험사가 난임보험 출시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자 한다면 지금까지 제기되고 있는 의문을 불식시키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특히 보험사는 기업으로서 국가정책 기여라는 명분과 아울러 난임보험이 보험사 고유 업무영역과 취지에 부합하는지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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