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노출, 역선택 등 실효성 의문

[보험매일=주가영 기자] 난임 부부들을 위한 보험 상품 출시가 예고되면서 실효성은 물론 ‘제2의 4대악보험’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대악보험도 난임보험도 정책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금융당국이 출시를 장려하고 있으나 정작 판매는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4대악보험은 ‘4대악척결범국민운동본부’가 정부에 요청해 출시한 상품이다. 하지만 시작만 요란했을 뿐 가입하는 단체는 전무하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난임부부의 지속적인 증가로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고 있어 난임 치료 비용을 보장하는 민영보험상품의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난임진료 환자수는 2008년 16만명에서 2012년 19만명으로 5년간 17.8% 증가(연평균 4.2%↑)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인공·체외수정 시술비 중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본인부담액이 여전히 커 출산장려 분위기를 확산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현재 난임보험 상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보험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LIG손보, 메리츠화재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발표한 난임보험

금감원은 우선 난임치료보험의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단체보험 상품으로 개발하고 추후 개인보험으로의 확대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단체보험은 특정 사업장의 종업원을 일괄 가입시킴으로 역선택 위험을 통제할 수 있고, 1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돼 손해율에 따른 보험료 조정도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가입대상은 45세 이하(정부의 난임치료지원사업 대상 연령) 기혼 남녀직원(배우자 포함)으로 난임부부 중 한쪽만 단체보험에 가입된 경우라도 그 배우자까지 보장하도록 함으로써 보험보장의 실효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보장담보는 난임 관련 수술, 배란유도술, 보조생식술 등이며, 보장금액은 초과이득을 차단하기 위해 평균 치료비에서 국가지원금을 차감한 수준으로 35세 기준 1인당 보험료는 연 3~5만원 수준이다.

금감원은 일부 손보사가 올해 12월 중 난임치료보험 특약이 부가된 단체보험상품을 출시할 계획이기 때문에 관련 상품 신고시 심사기간을 단축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향후 기초통계가 확보되는 경우 난임 검사비용까지 보장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난임보험의 실효성

우선 난임보험의 가장 큰 쟁점은 가입하기 위한 조건인 ‘난임’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느냐 이다.

난임이란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일상적인 성생활을 1년 이상 지속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보험을 가입하기 이전 난임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에 대한 수단이 마땅치가 않다.

부부의 가장 은밀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인 성생활을 보험사가 직접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험사들이 해당상품을 개발하기가 어려웠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체가입의 문제점

역선택을 막기 위한 단체보험이라는 형태도 과연 효용성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아무래도 단체보험의 특성상 가입부터 보장받기까지의 모든 절차가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에 유난히 민감한 시기에 더군다나 난임, 출산 등 문제를 회사사람들에게 노출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아기를 갖기 힘든 문제가 죄도 아니고 본인이나 부부한테도 힘든 문제일 텐데 괜스레 눈치 보기는 싫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체가입으로 이뤄진다면 어떤 사람은 가입하고 어떤 사람은 가입하지 않고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일괄적으로 계약을 받는다면 당연히 역선택은 배제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최고연령 제한만 있고 최저는 없어

최고 연령의 제한만 있고 최저 연령 제한이 없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난임보험 가입대상을 정부의 난임치료지원사업 대상 연령인 45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나이제한이 오히려 과잉 진료를 부추기고 정작 선량한 난임부부는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갓 30대에 접어든 부부가 아이를 갖는데 신체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조금 더 빨리 아이를 갖기 위해 시술을 받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고 전해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러 그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면서도 “모럴리스크는 어느 상품에나 존재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보험과는 다른 상반성

금감원은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난임 관련 수술까지 의료비 지원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난임부부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완화되고, 난임치료에 소극적이었던 난임부부들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게 됨에 따라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난임보험은 보험의 성격에서 크게 벗어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보험은 우발적인 사고로 인한 손실에 대비하거나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리 기금을 마련하고, 재난을 당했을 때 이를 지급함으로써 개개 피해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사고나 재난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발달할수록 보험의 효용은 더욱 커지고 일반화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보험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아이를 갖기 위해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는 부부에게만 지원을 한다든지 한다면 오히려 역선택 우려도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책적인 성격상 보험보다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을 하는 쪽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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