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이흔 기자] KB금융지주 사외이사진이 조기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LIG손해보험 인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위원회가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사외이사 제도의 개편이며,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보고 LIG손보 인수 승인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29일 중구 명동 KB금융 본사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취에 대한 질문에 "거취는 무슨 거취를 밝히나?"고 반문했다.

이 의장은 그러면서 "(사퇴할)아무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영진 KB금융 이사는 "(거취에 대한)미련은 많지 않지만 특별히 이야기할 것은 없다"며 "KB금융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 역시 이사회의 책임론과 퇴진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윤 내정자는 이사회의 사퇴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하며 "이사회에서 대책을 강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답했다.

KB금융 이사회는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 함께 'KB사태'를 초래한 한 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두 사람 간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고 편 가르기로 오히려 갈등을 키웠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8일 "KB금융 이사회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확인하겠다"며 KB금융의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금융당국은 KB금융 사외이사진 개편을 LIG손보 인수 승인과 연결짓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KB금융 사태에서 느낀 것은 사외이사 제도에 전체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며 "사외이사들이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외이사 제도의 개편이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 15일 국감에서도 "현재와 같은 KB금융의 지배구조나 경영능력으로 LIG손보를 인수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KB사태의 책임이 사외이사진에도 있으며, 사외이사진의 사퇴가 LIG손보 승인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위는 애초 이달 안에 처리할 예정이었던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KB금융 사외이사진은 그러나 사퇴 거부는 물론 LIG손보 인수와 사퇴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종천 KB금융 사외이사는 사퇴 거부로 LIG손보 인수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LIG손보와 사퇴가 무슨 관계가 있나? 전혀 관계 없다"고 답했다.

KB금융은 지난 27일까지 금융위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서 계약에 따라 28일부터는 구자원 LIG그룹 회장 일가 등에 하루 1억1천만원의 지연이자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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