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자산수익률 급락, 금융 소비자에게 '불똥'

[보험매일=이흔 기자]  초저금리 시대의 도래는 이자생활자 뿐 아니라 연금과 보험 소비자에게도 직격탄을 날릴 전망이다.

시중금리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자산운용수익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보험사들이 공시이율을 잇따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보험료는 오르고 소비자들이 받는 연금이나 보험금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 보험사 역마진 공포, 점점 커진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모아 자산을 운용한 다음 그 수익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자산운용수익률이 계약자 몫으로 줘야 할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보다도 낮은 역마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은 4.5%였지만,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은 5.2%로 0.7%포인트의 역마진이 발생했다.

보험사의 자산 규모(467조원)가 보험료적립금 규모(406조원)보다 크기 때문에 아직은 흑자를 내고 있지만,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이 계속 하락한다면 적자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국내 보험사들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연 6% 이상의 고금리를 보장하는 확정금리 상품을 대규모로 팔았다가 그 부메랑을 맞은 결과다. 당시에는 자산운용수익률이 연 10%를 넘어 별 문제가 없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급격한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까지 떨어지는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보험사 경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우리보다 앞서 초저금리 시대를 맞은 일본에서는 상당수 보험사가 파산한 전례가 있다.

지난 1997년 닛산생명 파산을 신호탄으로 2001년까지 도호생명, 다이하쿠생명, 다이쇼생명, 교에이생명, 치요다생명, 다이이치화재, 도쿄생명 등 8개 보험사가 잇따라 도산했다. 이 가운데 치요다생명과 다이이치화재는 수입보험료 규모가 각각 일본 내 7, 8위에 이른다.

◇ 보험료 오르고 보험금, 연금은 덜 받는다

파산 사태를 피하려고 일본 보험사들은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전반적인 보험료를 올려 수익성을 높이고, 설계사를 대폭 감축해 영업 비용을 줄였다. 공시이율(보험상품에 적용되는 금리)과 예정이율(보험 상품의 예상 수익률)을 계속 낮춰 가입자들이 받는 보험금 규모가 전보다 줄어들도록 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이미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삼성생명[032830], 한화생명[088350], 교보생명, ING생명 등 대규모 인력 감축에 들어간 보험사가 잇따르고 있으며, 보험사의 공시이율도 가파른 하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만 해도 5%가 넘었던 보험사 공시이율은 현재 3% 중후반대까지 떨어졌으며,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은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을 지난 6월 3.95%에서 7월 3.92%로 내렸다가, 이달 초 다시 3.90%로 인하했다. 한화생명도 보장성보험 공시이율을 같은 기간 3.92%에서 3.87%로 내렸다.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보험 가입자에게 주는 보험금이나 중도해지 때 받는 환급금이 줄어든다. 연금상품 가입자의 연금 수령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회사원 김모(43)씨는 "노후에 대비해 지난해 말 매달 50만원씩 납입하는 연금보험에 가입했는데 올해 들어 공시이율이 0.3%포인트나 하락했다"며 "공시이율이 떨어지면 연금 수령액이 줄어든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시장금리의 하락으로 인한 초저금리 시대의 도래로 노후 대비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인 연금 상품의 역할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저금리 추세가 이어진다면 종전과 같은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고, 동일한 보험료를 내더라도 더 적은 연금이나 보험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시장금리가 추가 하락한다면 연금 가입자가 받는 타격도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