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중영
기획조사실장

이제 자동차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자동차를 통해 다양한 편익을 누리고 있는 반면, 자동차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동차보험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사고로 인해 지급된 보험금은 약 9조 3천억원(FY2012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된 보험금 중 대인담보의 목상해 치료비로 6,597억원이 지급되었으며, 이 중 약 50%인 3,305억원이 추돌사고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추돌사고에서 목상해가 흔히 발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후면에서 타 차량이 추돌하는 경우 받히는 차량은 순간적으로 앞을 향해 튀어나가게 된다. 이때 자동차의 시트도 같은 가속도로 앞을 향해 힘을 받고 이 힘은 시트에 착석한 승객의 몸을 앞으로 움직이게 한다. 따라서 후면 추돌에서 승객의 몸은 앞을 향해 자동차와 같이 튀어 나가는데 반하여 머리는 몸에 비해 뒤늦게 움직이게 되어 머리가 머리지지대에 닿을 때까지 목이 뒤로 젖혀지는 현상을 초래하게 되고 이와 같은 목의 과도한 젖혀짐으로 인하여 목 상해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 수년간 차대차 추돌사고로 인한 목상해 사고의 비중이 40%를 상회하는 등 상해가능성이 가장 높은 신체부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차대차 추돌사고로 인한 부상자의 99% 이상은 AIS2* 이하의 경미한 부상자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경미한 추돌사고로 목상해가 발생한 경우 의학적으로 객관적인 진단이 어려워 모럴 해저드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예를 들면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이 모두 손상되지 않거나 손상정도가 매우 경미한 추돌사고에서 피해차량 운전자가 목상해로 인해 장기간 통원치료를 받는 사례 등이 보상 일선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 AIS(Abbreviated Injury Scale)는 상해의 정도를 의학적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간편하고 합리적으로 구분한 국제적인 상해 분류기준으로 경미(1), 경도(2), 중증도(3), 고도(4), 극도(5), 불명(9)의 6단계로 구분한다.

목상해의 경우 모럴 해저드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는 자동차보험 환자의 평균 입원율을 들 수 있다. 추돌사고로 인한 목상해 환자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환자의 평균 입원율은 47.9%로 일본의 5.5%에 비해 8.7배 높으며, 특히 국내 건강보험의 경우 경추염좌로 인한 입원율은 2.4%인 반면 자동차보험은 79.2%로 33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되어 자동차보험에서 지급되는 목상해 보험금의 상당수가 모럴해저드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는 경미한 추돌사고에서의 목상해 정도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속도에서의 목상해 재현시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분석·연구하고 있다. 실제로 추돌속도 8km/h 및 10km/h에서 피추돌 차량의 손상범위는 자동차 뒤범퍼에 국한되고, 목상해 위험도도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보험금이 지급된 경미한 추돌사고 건에 대해 차량, 사고, 탑승객 정보 등을 WITKit*에 입력하여 시뮬레이션 한 결과, 목상해 발생 가능성이 낮은 위험도 20%이하는 19%로 나타나 전체 추돌사고로 인한 목상해 사고 건 중 최소 1/5정도는 모럴 해저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WITKit(Whiplash Injury Tool Kit) : 영국 Thatcham과 오스트리아의 DSD에서 공동으로 개발한 추돌사고시 목상해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

해외에서도 목상해 사고는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빈도가 높은 사고 유형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특히 저속추돌사고에서 피해자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 독일의 최대 보험사인 Allianz 보험사는 피추돌차량의 속도변화가 11km/h이하(동일 중량 차량간 사고 시 추돌속도가 약 20km) 또는 수리비가 500€(약 72만원, 손상범위가 범퍼에 한정) 이하인 사고에 대해서는 목상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영국도 목상해 지급보험금 적정화를 위해 WITKit을 개발하여 보험업계가 활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추돌사고 15,000건을 WITKit을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이 중 30%는 목상해 위험이 낮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상해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탈리아도 최대 보험사인 Generali 보험사가 자체적인 목상해 예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일선 보상현장에서 활용하는 등 저속추돌사고에서의 목상해 사고에 대한 객관적인 상해치를 평가할 수 있는 Tool을 개발, 활용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보험업계도 주요국의 사례와 같이 경미한 추돌사고에서 발생빈도가 높은 목상해에 대해 부상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의 활용 등을 강화하여 보상업무의 가이드라인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프로그램 등을 보상프로세스에 접목하고, 또한 머리지지대의 올바른 사용 및 바른 자세로 운전하는 습관 등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등을 통해 불필요하게 지급되는 보험금 누수를 막고, 이를 통해 선량한 다수 보험계약자가 지불하는 보험료 부담을 완화시켜야 할 것이다. 

박중영 기획조사실장(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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