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전문가 칼럼
쉬운 언어 쓰기 운동
이흔 기자  |  xion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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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3  13: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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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우 보험개발원 약관업무팀장

신문을 읽거나 방송뉴스를 보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검색을 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흐름상으로는 대충 그 뜻을 짐작하지만 정확히 그 단어의 뜻을 파악하기 어려운 전문용어 때문이다.

예컨대, 얼마 전부터 경제와 관련하여 많이 쓰는 말 중에 양적완화(量的緩和)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시중에 돈을 푸는 행위인 “quantitative easing”을 번역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출구전략(出口戰略, exit strategy)” 이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양적완화에 출구(exit)가 있다는 것이다.

양적완화나 출구전략은 최근의 신문이나 방송뉴스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이 단어들의 뜻을 묻는 질문이 많이 올라와 있다. 그만큼 생소한 단어이고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지금 전문용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각 분야의 전문성이 강화될수록 그 분야에서 사용되는 언어도 세분화, 전문화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보험의 경우 사망, 질병, 상해를 한꺼번에 보장하던 기존보험에 비해 새로 도입된 투자형 상품인 변액보험이나 질병을 세분화한 CI보험(치명적인 질병을 고액으로 보장하는 보험)은 투자나 의학 관련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반인과 상호관계를 가지는 분야의 전문화된 언어들을 쉽게 이해되도록 하는 장치 마련의 중요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 집단은 일반 언어를 사용해서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모호한 말이나 전문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통제하기 위한 적절한 장치를 마련하여야 정보우위에 있는 공급자와 일반인인 수요자 사이의 정보소통이 원활해지고 대등한 관계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보험약관의 경우, 최근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를 실시하면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어려운 용어는 해설이 추가되고, 인용된 법령은 그 내용을 보여주며, 글씨는 커지고, 문장은 간결해지는 것이다. 보험회사들이 자세를 고쳐 소비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약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한 술 밥에 배부르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개선해 간다면 분명 소비자로부터 불만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외국의 경우, 영국이나 미국은 1970년대부터 쉬운 영어(plain english) 운동이 활성화되어 있다. 나아가 이 운동은 쉬운 언어(plain language) 운동으로 다른 나라에 확산되었다. 미국은 더 나아가 2010년 ‘쉬운 글쓰기 법(Plain Writing Act of 2010)’을 도입하여 정부와 대중의 명확한 소통을 촉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어 사용촉진을 위해 2005년에 국어기본법이 제정되었고,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금융감독원 등 각 부처는 쉬운 언어 쓰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쉬운 언어쓰기를 어느 정도 수준에 맞출지에 대해서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 부처 대변인협의회에서 각 부처가 보도 자료 쉽게 쓰기 등 ‘공공기관의 쉽고 바른 언어 쓰기’ 운동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여기서도 국민과 정부 사이에서 소통을 원활히 한다는 목적은 있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가진 국민을 기준으로 ‘쉽고 바른 언어 쓰기’를 추진할 지는 밝히고 있지 않다. 예컨대, ‘고등학교 2학년 정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정도’와 같이 목표 수준을 명확히 하고 수준측정을 지원할 지수를 개발하면 사업을 추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쉬운 언어 쓰기 운동을 추진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소비자 단체의 자발적인 노력이 아쉬운 대목이다. 애초에 쉬운 언어 쓰기 운동의 시작이 소비자 보호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쉬운 언어 쓰기 운동이 시작된 영국에서는 영세민이 난방비 신청서식을 이해 못해 얼어 죽은 사건(1979)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외국의 “쉬운 언어 사용 법(plain language act)”처럼 각종 문서를 작성할 때 쉬운 언어사용을 의무화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쉬운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단순히 국어 활성화와 동일한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영우 보험개발원 약관업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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