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禹)가 순임금을 이어 천자가 된 후 중국은 하(夏)왕조의 시대가 열렸다. 우는 순임금에 의해 후계자로 책봉되었다. 임금이 붕어한 후 순임금의 전례를 따라 왕위를 순의 아들 상균에게 양보하고 피해갔다가 제후들의 알현을 받고 돌아와 왕이 되었다. 요임금의 나라는 당(唐)이요, 순임금의 나라는 우(虞)였으나 왕위를 세습하지는 않았다.  

본래 우임금은 앞서의 제왕들처럼 순임금 때의 현자인 고요에게 정권을 넘겨주려 하였으나 고요가 먼저 죽었다. 그래서 또 다른 중신 익(益)을 후계자로 삼았다. 재위 10년 만에 붕어하고 익에게 권력이 넘어갔다. 그러나 익은 3년상이 끝나자 곧바로 우임금의 아들 계(啓)에게 왕위를 양보하고 자신은 기산(箕山) 남쪽으로 내려갔다. 이번에는 우의 아들 계가 현명하여 이미 민심을 얻었기 때문에 제후와 백성들은 모두 계를 왕으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중국 최초의 부자세습 왕조가 시작되었다. 하나라는 BC 2070년(추정)부터 BC 1600년경까지 14세(世) 17대(代) 471년간 존속하였다.
하(夏)나라의 2대 왕 계(啓)가 죽은 뒤 그의 아들 태강(太康)이 즉위했다. 그런데 태강은 너무 놀기를 좋아했다. 측근들을 몰고 들로 나가 사냥과 음악을 즐기느라 국사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므로 백성의 원성이 날로 더하였다.  

어느 날 태강이 낙수(洛水) 너머로 사냥하러 나갔는데, 노는 재미에 빠져 100일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마침내 제후 예(羿)가 반란을 일으켰다. 군사들을 이끌고 강가로 가서 지켰다. 태강왕이 소식을 듣고 급히 돌아오려 했으나 예가 활을 쏘아 강을 건너지 못하게 하자 태강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러 제후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태강은 이미 인심을 잃었고 예의 힘은 막강했다. 감히 태강을 도와서 예를 물리치고자 하는 제후가 없었다. 태강은 끝내 배회하다가 죽었다.  

왕이 추방된 후 왕의 형제들은 모친과 함께 낙수 북쪽 굽이로 피신했다. 그들은 태강을 기다리며 역사상 최초의 왕에 대한 탄핵이자 무력 쿠데타가 된 이 사건에 대해 원망의 감정을 담아 시를 지었다. 다섯 왕자들이 한 줄씩 지어 부른 시가(詩歌) 형식으로, ‘오자지가(五子之歌)’라 하는 이 노래는 후일 <書經>에 채록되었다. <사기>(夏本紀)의 설명이 상세하지 않으므로 상서의 내용을 빌어 이 노래를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가 말했다. 할아버님 가르침이 있었네. 백성을 가까이 하되 얕잡아보지 마라(民可近 不可下). 백성은 나라의 근본, 근본이 굳어야 나라가 편하니라. 천하를 돌아보니 어리석은 백성이라도 반드시 나보다 나은 점이 있다. 사람이 한두 번 실수할 수는 있지만 원망이 드러날 때까지 계속해선 안 되지. 백성을 이끌기란 썩은 고삐로 여섯 마리 말을 끌듯 어려운 일인데, 남의 위에 앉은 사람이 어찌 조심하지 않는단 말인가.

둘째가 말했다. 훈계에 이런 말도 있었지. 안으로 여색에 빠지거나, 밖으로 놀음(사냥질)에 빠지거나, 달콤한 술과 음악에 빠지거나, 담장을 높여 치장을 하는 일 - 이중 한 가지만 있어도 반드시 망하리라. 셋째가 말했다. 요임금 이래 나라를 잘 이어왔지만 이제 도를 잃었네. 기강이 흐트러져 멸망하게 되었구나. 넷째가 말했다. 밝고 밝으신 우리 조상은 만방의 임금이시라. 법을 세우고 규율을 세워 자손에게 물려주셨네. 공평한 기준을 세워 왕의 권위가 바로 섰는데, 이제 그 유업을 잃어 종사가 끊어지게 되었도다. 다섯째가 말했다. 오호라 갈 곳이 없구나, 슬픈 마음이여. 만백성이 우리를 원수로 대하니 장차 어디 의지하리오. 답답하고 서럽다. 낯 뜨겁고 부끄럽도다.

- 이야기 Plus
오자지가에는 군주나 창업자들이 새겨들을 훈계가 많다.
안으로 여색에 빠지거나 밖으로 사냥놀이에 빠지거나 달콤한 술과 노래를 즐기거나 담을 높이고 장식을 두르는 일, 그중 어느 하나라도 있다면 반드시 망하리라(內作色荒 外作禽荒 甘酒嗜音 峻宇彫牆 有一於此 未或不亡)라는 경계는 준엄하다. 혁대를 졸라맨 선조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일어난 많은 나라들이 태평성대를 구가하다 사치 향락에 빠진 끝에 멸망하곤 했다. 그러나 정신 차리고 열심히 일하여 부자가 되거나 좋은 정치로 태평성대가 온다면, 예쁜 여자를 얻고 밖으로 취미활동을 즐기고 음주가무를 즐기며 집안을 멋들어지게 장식하는 사치를 부리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그 때문에 망하게 되면 다시 정신 차리고 본분에 몰두하게 될 것이니, 인간의 역사, 나라나 개인의 흥망성쇠는 끊이지 않고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세계와 인간들이 꿈꾸는 하늘나라의 차이가 아닐까.  

정치를 잘 하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부강해지면 사치한 마음이 들어 나라가 다시 쇠퇴하며 그래서 망한 뒤에야 사람들은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된다. 이 무한 반복하는 흥망성쇠의 사이클에서 벗어나 영구히 부강하며 행복하며 도덕적이기까지 한 나라는 하나의 이상이다. 성공을 거두고도 방심하여 사치하지 않는 일. 진정 성공한 국가라면(기업이나 가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정신을 대(代)를 물려가며 이어가는 나라가 되어야 할 것이다.

丁明 . 시인 논설위원 peac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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