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 신규채용 중단…수입 급감하자 음성화 조짐도

 금융당국의 영업금지로 위기에 몰린 텔레마케터(TM·Telemarketer)가 최소 3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감독권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보험대리점이나 외주 콜센터에서는 TM 해촉이 이어지고, 신규 채용은 중단됐다.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한 점을 노려 우회영업을 하거나 음성화하는 조짐도 있다. 당국의 초법적인 조치에 맞선 집단행동도 예정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에 소속된 TM은 약 3만2천명으로, 이들의 상당수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오는 3월까지 대출모집이나 보험·카드판매 등 신규영업을 금지당한 아웃바운드 조직이다.

보험대리점, 홈쇼핑 등에 소속돼 TM 영업을 하는 설계사와 외주·파견 TM 직원 중 아웃바운드 조직까지 고려하면 약 6만명에 이른다는 게 TM 직원 단체인 한국컨택협회의 추산이다.

이들은 지난달 말 강제 휴가나 교육에 들어갔다. TM의 고용을 유지하라는 당국의 요구 때문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최근 금감원 임원들에게 금융사가 TM 해고 등을 하지 못하도록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영업은 금지하면서 고용을 유지하라는 당국의 지시를 두고 실효성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당국이 민간 회사의 고용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두고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의 고용을 유지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대부분 비정규직이거나 특수고용직인 TM은 기본급보다는 성과급 비중이 크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자료로는 TM의 83.8%가 월수입 200만원 이하다.

한 보험대리점(GA) 관계자는 "해촉하지 않아도 일을 하지 못하는 TM은 성과급을 못 받아 생계가 어렵다"며 "회사로서도 일하지 않는 직원에게 돈(기본급)을 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출근해 영업을 못하게 되자 다른 방식으로 우회영업을 하거나 음성화할 조짐도 나타났다. 당국의 감시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몰래 영업하거나 아예 감시를 받지 않는 분야로 옮기는 것이다.

외주 TM 조직에 소속된 보험설계사 김모(35·여)씨는 "동료들이 회사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인터넷 전화 등으로 모집해 계약체결 단계에서 오프라인에 넘기는 식으로 영업하고 있다"며 "회사에서 눈감아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13년차 담보대출상담사 신모(44)씨는 "생계가 어려워진 신용대출상담사를 중심으로 사금융 등 비제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다"며 "그 바닥에선 모두 대포폰(명의자가 다른 휴대전화)을 쓰고, 문제가 생기면 번호를 바꿔버린다"고 말했다.

신규 영업을 하지 못하는 TM 업체들은 신규 채용도 일제히 중단했다. 당국의 조치로 수만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TM 업계의 인력 수급이 한순간에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한 TM 전문 카페 회원은 "보험 TM 아웃(아웃바운드)으로 어렵사리 면접보고 합격해 연휴 지나고 교육 들어가는 일정이었는데, (회사 쪽에서) '추후 (상황이) 좋아지면 연락하겠다'고 한다"고 당국을 비난했다.

이들은 당국의 조치에 반발, 집단행동도 준비 중이다.

텔레마케터 약 1만명은 오는 6일 오후 금감원 앞에서 한국컨택센터협회 주최로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보험대리점협회는 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6일 카드사 정보 유출로 고객 피해가 우려된다며 전화·이메일·문자메시지를 통한 대출권유와 보험·카드모집을 3월까지 금지하고, 경우에 따라 이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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