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매일=윤은식 기자] 대규모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던 외환위기 당시 동료들에게 희망퇴직을 설득하다가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가 발병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부(고의영 부장판사)는 정모(50)씨가 요양급여를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정씨가 다니던 삼성생명보험은 IMF 직후인 1998년부터 2001년 사이 경비절감을 명목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정씨는 1999년 회사의 지시에 따라 동료들을 설득해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악역'을 맡았고, 2001년에는 영업사원 15명에게 직접 해고 통보를 하는 과정에서 심한 욕설을 듣거나 협박을 받기도 했다.

정씨 당시에 본인도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가 다른 영업소장이 자발적으로 퇴직 신청을 해 가까스로 해고를 피했다. 정씨는 그 무렵부터 뒷골이 당기고 머리가 아픈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 발령받는 등 스트레스를 받은 정씨는 호흡곤란과 발작 증세 등을 보이다 2004년 3월 결국 쓰러져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정씨는 2011년 2월 퇴직한 이후 공황장애를 이유로 요양급여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정씨가 구조조정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시점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날 사이 상당한 시간 차가 있고, 구조조정 압박이 어느 정도였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정씨가 처음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1999∼2001년 회사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자신도 구조조정 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라며 "병 진단은 이후에 받았지만, 업무상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공황장애가 있다고 해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정씨가 진단을 받은 이후 계속 일을 해왔다고 해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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