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가하고, 일반 사원과는 확연하게 차별화된 처우를 받았다면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자신은 형식상 이사로 등재됐을 뿐 실질적으로는 대표이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박모(62)씨가 A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는 A사의 상법상 이사로서 이사회 등을 통해 회사 업무집행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에 참가했고, 일정한 범위 내에서 경영 업무를 위임받아 처리해 왔다"면서 "특히 2006년 일반 사원의 정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이사로 선임되는 등 일반 사원과는 확연하게 차별화된 처우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비록 박씨가 대표이사의 지시 등을 받는 경우가 있었더라도 이사 직위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퇴직금을 청구할 수는 없는 만큼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1996년 A사의 서울사무소 영업소장으로 입사한 박씨는 1998년 이사로 취임해 2010년까지 근무했다.

2003년 퇴직금 2천만원을 정산받은 박씨는 2003년부터 별도 퇴직금을 지급받지 않는 것을 전제로 1년마다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2010년 3월 퇴사한 박씨는 "사실상 대표이사의 지휘·감독 아래 일반 직원들과 비슷한 형식으로 근로를 제공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2003년 이후 퇴직금을 지급해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그러나 박씨가 근로자만이 적용대상인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보험료를 납부한 점, A사는 사실상 대표이사 1인의 의사에 따라 운영되고 박씨 역시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주로 처리한 점 등을 근거로 박씨를 근로자로 판단,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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