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명백한 정황증거 입증해야

피보험자가 달리는 기차에 부딪혀서 사망했다면 보험사는‘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될까

성모씨는 새벽 3시경 수원시에 위치한 경부선 철도 서울기점에서 목포를 향해 달리던 무궁화호 열차에 부딪쳐 사망했다.

당시 성모씨가 사망한 지점은 평소 수도권 전철 및 일반열차의 통행이 많은 곳으로, 야간에는 주변 가로등이 없어 어둡고, 사고지점으로 부터 50미터 지점에는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인도가 설치 돼 있었다.

사고 당시 열차를 운행하던 기관사 윤모씨는 시속 약 80~90킬로미터로 운행하고 있었는데 이정도 속도로 진행하는 열차의 기관사는 보통 약 120미터 내지 150미터 앞 거리의 사람 정도 크기의 물체를 발견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였다.

하지만 기관사 윤모씨는 성모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철도 종착역에 와서야 열차 앞쪽 하단에 혈흔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때서야 사망사고가 일어난지 알게 됐다.

부검결과 사고 당시 성모씨의 사체 형태가 기차 레일위에 누운자세로 취하고 있었거나 낮은 자세로 앉아 있다가 사고 기관에 부딪쳐 발생할 수 있는 상태로 추인됐다.

여기서 추인이란 일단 행해진 불완전한 법률행위를 뒤에 보충하여 완전하게 하는 일방적 의사표시를 말하는 것으로 성모씨의 사체형태로 볼 때 자살로 발생한 사고로 인정한다는 것으로 풀이 된다.

이 같은 정황으로 이 사건 원심법원은 “성모씨가 자살의 고의로 사망했다고 단정하기는 부족하나, 철로상에 앉아 있거나 레일에 머리를 베고 누워 있음으로 달리는 기차에 쉽게 치어 죽을 수 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서도 그 결과를 스스로 용인했을 것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므로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의 하나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로서 보험사고의 요소인 우발성이 결여된 경우에 해당한다”며 망 성모씨 유족의 청구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면서 “성모씨가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모씨가 자살을 했을만한 물증이나 동기를 가지고 있을 만한 자료를 찾아 볼 수 없는 이상 일반인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이 입증됐다거나 기차에 치어 쉽게 죽을 수 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사망의 결과를 스스로 용인함으로 발생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같은 사실을 단정지어 보험금지급 면책사우의 하나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망사고가 자살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매우 어렵다”면서 “자살로 인한 면책은 그 입증책임이 보험사에 있는 만큼 피보험자가 자살 했을 것이라는 유서나 그밖에 입증자료가 있다면 소송으로 다투어 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의 증거가 있다면 당연히 보험면책을 다투지만, 경찰조사에도 사망에 대한 사인이 명백히 자살로 단정짓는 경우가 없다며 정황증거 등이 부족하면 대부분 보험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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