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떨어져 사는 친척이 보험을 대리 계약하면서 피보험자가 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해 이를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4일 김모(33·여)씨가 M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보험계약 보름 전에 갑상선 결절 진단을 받기는 했지만 대신 보험을 든 김씨의 이모인 조모씨가 이런 사실을 당연히 알았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보험 계약 당시 김씨는 서울에, 이모 조씨는 부산에 살고 있었고, 갑상선 결절은 여성의 유병률이 25∼42%에 이를 정도로 흔한 질환이어서 결절이 발견됐다고 해서 김씨가 바로 치료를 받거나 먼 친척에게까지 알렸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피보험자의 신체 상태 등에 관한 사항은 보험 계약을 한 대리인 외에 피보험자 본인에게도 별도로 확인하고 자필 서명을 받게 돼 있는데 계약서에는 김씨의 서명이 없다"며 "보험사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도 김씨 가족에게만 질병 유무를 적극적으로 확인해 알리지 않은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007년 6월 이모 조씨를 통해 암이나 질병에 걸렸을 때 보장해주는 M 보험사의 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2008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김씨는 이듬해 8월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M 보험사는 보험계약 보름 전에 이미 갑상선 결절 진단을 받고도 이를 알리지 않고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보험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냈고, 이에 김씨는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맞소송을 냈다.
1심은 보험을 들어준 조씨가 김씨의 질병 유무를 알지 못했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김씨에게 전화 등을 통해 손쉽게 질병 유무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므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 보험사 승소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