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에 관계유지 명분 희석… HSBC측에 사명변경 요청

하나HSBC생명이 HSBC와의 합작관계를 분리할 지와 관련해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5년간 합작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이렇다 할 실적을 내놓지 못해 관계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금융의 사명변경 요청 및 HSBC가 국내 소매금융 시장의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분리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실적부진에 관계유지 명분 없어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HSBC생명은 HSBC와의 합작관계가 종료되는 시점인 내년 1월 양측의 관계를 청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점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합작회사는 5년 정도를 그 기한으로 삼는다. 하나금융과 HSBC는 지난 2008년 1월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

양 사의 분리가 논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이다. 하나HSBC생명은 합작 후 이렇다할 실적을 내놓지 못한 상태였다.

하나HSBC생명의 2012회계연도 1분기(4~6월) 수입보험료는 약 1012억원으로 24개 생명보험사 중에서 23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은 0.41%에 불과하다. 2008년 0.57%, 2009년 0.96%, 2010년 0.68%, 2011년 0.45%로 시장점유율 1%를 넘겨보지도 못했다. 2009년부터는 꾸준히 하락세다.

그동안 경영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합작 직후인 2008년 3월에는 100억원, 같은해 12월 200억원, 지난해 3월 250억원, 지난 8월 500억원 등 수차례 유상증자도 단행했으나 눈에 보이는 성과는 전무하다.

◇사명변경 요청 등 분리수순 들어가

하나HSBC생명은 하나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하기 위해 HSBC에 변경 요청을 한 상태다. 그러나 HSBC가 지분의 ‘50% -1주’를 보유한 만큼 명분없이 자사명을 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HSBC는 국내 소매금융 사업에서 철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록 무산되기는 했으나 HSBC은행은 지난 4월 서울지점 매각을 위해 KDB산업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볼 때 하나HSBC생명과 HSBC가 분리 수순에 들어가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합작은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인데 성과가 없다면 구지 관계를 유지해 나갈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하나HSBC생명이 (사명을) 하나생명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HSBC의 동의가 필요한데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사의 이름을 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HSBC생명 관계자는 “(합작)분리를 위해서는 HSBC 보유지분의 가치를 확인한 후 처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야 한다”며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내부에서 진행 중인 사항은 없는 만큼 분리를 논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이 아니더라도 내년 중 분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합작기간이 정해진 것이 아닌 만큼 시점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이 워낙에 부진한 만큼 두 회사가 분리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HSBC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등 때가 되면 관계를 청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HSBC, 잘못된 만남?

한편 일각에서는 하나HSBC생명의 부진을 놓고 시작부터 어긋난 합작이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기업이 합작을 할 경우 각 사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하나금융과 HSBC는 그러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하나금융은 은행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HSBC도 방카슈랑스 부문 강점이 부각된다. 양 사가 합작하면서 하나금융은 영업을, HSBC는 재무, 상품설계, 리스크 관리 등을 중심으로 업무가 분장됐으나 결과적으로는 5년이 지난 현재 설계사 채널은 여전히 미비하며 방카슈랑스 비중이 대부분이다.

국내 보험시장은 방카슈랑스 25%룰(한 은행에서 특정 보험사 상품을 25% 이상 판매할 수 없도로 한 제도)로 인해 방카슈랑스 채널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

이에 하나HSBC생명 관계자는 “외형확대 보다는 내실을 다져 조직의 효율성을 높여나갈 것”이라며 “이 후 설계사 채널 확대 등 조직을 키워나가도록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