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제

(sjcho@kidi.or.kr)

지금부터 꼭 2년 전인 2010년 가을의 일이다. 손해보험사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났더니 “급등하는 자동차보험 손해율만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 친구의 우려대로 그해 1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4%까지 치솟았다. 이는 6개월 전보다 무려 14.1%포인트가 높아진 것으로 홍수․태풍 등 특별한 자연재해나 대형사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손해율이 급등한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손해율이 악화된 원인을 자기부담금 정액제와 물적할증기준금액을 지목했다. 왜냐하면 자동차보험 담보 중에서 자기차량손해담보의 사고증가율이 높았고 특히 보유불명사고가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자기부담금이란 자기차량손해담보 가입자가 자기차량이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수리비 등 손해액의 일부를 계약자가 직접 부담하는 금액으로 당시에는 5만원 혹은 10만원 등을 선택 할 수 있는 정액제로 운영되었다.

물적할증기준금액은 보상처리를 하더라도 자기차량 손해액의 일정금액까지는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 것으로 기존에는 50만원이 한도였으나 2010년 1월부터 50만원, 100만원, 150만원, 200만원으로 다양화되었다.

이렇게 물적할증기준금액이 높아지고 선택의 폭이 다양화 되자 계약자의 79%가 기준금액 상한인 200만원을 선택하였고 88%가 자기부담금 5만원에 가입하였다. 따라서 계약자 대부분은 자기차량 사고에 대하여 수리비 200만원 범위 내에서 자기부담금 5만원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보험사에 보상처리를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런 제도의 틈을 이용하여 일부 정비업체는 경미한 사고에 대해서도 “추가비용 없이 새 차로 만들어 드릴까요? 200만원까진 보험료가 할증 안 되니까 190만원에 맞춰서 싹 갈면 됩니다.”라고 제안하고 차주의 동의하에 수리하는 일이 생겼으며, 급기야 “자차보험 할증 10원도 없이 도색․판금․찌그러짐․광택까지 올 수리”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마케팅 하는 사례까지 나타난 것 이었다.
그해 손해보험사 자기차량손해담보 사고는 전년보다 36만9천 건이 많아진 250만 건으로 17.2% 증가하였으며 이로 인해 울상 짓는 보험사와는 반대로 정비업계는 미소를 짓게 하였다.

물적할증기준금액 상향은 자기부담금 정액제와 결합되어 많은 부작용을 유발하였으며 일부 정비업자와 계약자의 부도덕한 행위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 자동차보험 제도개선의 불씨가 되었다.

높은 손해율의 주범이 된 자기부담금 정액제는 2010년 12월 제도개선으로 비례공제 방식의 정률제로 변경되었다. 이는 자기차량이 사고가 발생하면 자기부담금을 하한선과 상한선 내에서 수리비의 20%를 계약자가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부담금을 정률제로 변경하자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 회계연도 자기차량손해담보 사고는 전년대비 42만 건이 줄었으며 손해율도 88.0%에서 68.2%로 19.8%포인트나 낮아져 2012년 4월에 자동차 보험료를 2.4% 인하할 수 있었다.

자기부담금 정률제는 무사고 운전자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으므로 가입자의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사고 발생 시에는 손상차량의 확대수리나 편승수리를 억제함으로써 정비업자와 계약자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 제도이다.

얼마 전 차량수리를 위하여 정비공장에 갔더니 “자동차보험 정률제를 폐지하라”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 공장은 아마도 정액제로 과잉수리 효과를 본 현수막 마케팅 시절이 그리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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