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로만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최근 종영한 메디컬 드라마 ‘골드타임’에서 여주인공이 병상에 누워있는 할아버지(병원 이사장)를 향해 독백처럼 말하는 장면이다.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결국 자금의 한계 때문에 더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음을 할아버지에게 푸념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우리나라 병원의 씁쓸한 현주소를 보여줘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난데없이 드라마 이야기를 꺼낸 것은 병원들의 과잉진료가 최근 보험사들이 팔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과 함께 도마 위에 오른 탓이다. 드라마에서 그려지듯 과잉진료는 자금 압박에 못이긴 병원들이 자의반 타의반 저지르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병원들의 과욕에서 불거진 일 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제 오늘만의 일도 아니고 그래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렇다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는 병원에 대해 현실이 이러니 면죄부를 주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의 입장은 다른 모양이다. 병원업계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지 그렇지 않으며 실손보험을 파는 보험사도, 사는 소비자도 ‘봉변’을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뇌관을 제거하지 않은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여러 각도에서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고, 특히 금융당국에서는 얼마 전에 대대적인 제도 보완책을 내놓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병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에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으로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제도’로서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럴 수도 있다. 아니, 다는 아니지만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 도덕적 해이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화재보험에서 나왔다.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보다 화재 예방 노력을 게을리 한다는 것이다. 왜, 불이 나도 보험사가 보상을 해 주니까. 만일 보험 공급자가 보험 소비자의 이러한 화재예방 노력을 하나하나 파악할 수 있다면, 그 노력의 정도에 따라 보험료를 다르게 적용하기도, 아예 보험 가입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

여기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나온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갖고 있는 정보량이 서로 다르다는 얘기다. 그래서 아예 제도적으로 ‘비대칭성’의 휘어진 부분을 좀 더 평평하게, 대칭성에 가깝게 펴 보자는 것이다.

실손보험으로 얘기를 좁혀보자.
보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비급여 의료비의 심사를 요청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마련해 보면 어떨까. 보험업계는 서둘러 실손보험에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일단 심평원에 의료비 심사를 요청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한다. 그럼으로써 적극적으로 병원들의 과잉진료에 대처해야 한다. 만일 의료비 심사가 조목조목 이뤄진다면 지금보다 과잉진료는 훨씬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첫 걸음이 중요하다. 어디가 되면 어쩌랴하는 생각으로, 어느 기관에서 맡아서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추진해야 한다. 이미 가입자 3천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실손보험, 이젠 ‘국민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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