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상황에 봉착했을 때 지역에 따라 인간의 가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영국의 경우 위기에서 가장 먼저 구해내는 것이 어린이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높이 산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그 반대다. 노인이 먼저다. 노인은 "지혜의 덩어리"라는 것이다.

▷노인의 지혜를 얘기할 때 등장하는 단골 메뉴는 또 있다. 노마지지(老馬之智)다. 춘추시대 때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군사를 일으켜 정벌에 나섰다가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 아무리 앞으로 나가도 한참 가면 도로 제자리였다. 그러자 부하 관중(管仲)이 늙은 말 한 마리를 끌어다 고삐를 풀고 앞장세웠다. 환공은 말이 가는 대로 따라가 무사히 숲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한비자(韓非子)의 설림(說林)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수 년 전 상연돼 화제가 됐던 영화 "집으로"는 어려웠던 시절, 할머니의 고난과 한숨, 아픔과 눈물, 노동과 헌신적인 삶을 그린 작품이다.산골에 사는 77세 청각장애 할머니의 일곱 살짜리 외손자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처음에 있는 대로 투정을 부리다 마침내 그런 할머니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외손자의 성장기가 감동적이다. 무엇보다 주인공 김을분 할머니의 무공해 산골연기가 좋았다. 그 속에서 관람객들은 가족, 고향, 어른, 효(孝), 전통 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 한 보험사가 성인남녀 107명을 대상으로 "부모가 치매에 걸렸을 경우 직접 모시겠는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10명중 6명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들중 전문요양이나 간병인에게 맡기겠다는 응답이 70%에 이르렀다. 물론 보험이나 저축 등을 통해서다. 어쩌면 자신이 모시고 희생하는 것이 더 이상 "현대적 효(孝)"는 아닐지도 모른다. 효의 개념이 시대상을 반영하듯 달라졌다고 봐야될 것 같다.

이민후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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