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저차해서 원자력 병원에 갔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병원에만 가면 왜 저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나 싶을 정도로 병원은 환자들과 환자의 보호자들로 붐볐다.

그럭저럭 진료를 마치고 로비로 내려오는데 귀에 익숙한 음악이 흐르고 있다. 스팅 ost.

점심시간에 맞춘 봉사 음악회인 듯했다. 플루우트와 피아노만의 연주였지만 여느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감흥이었다. 
시간도 있고 해서 창가 자리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는데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음악에 맞춰 발을 까딱이며 어깨를 슬쩍슬쩍 흔든다. 음악을 타는 몸놀림이 하도 예사롭지 않아 흘끔 아주머니를 바라봤다.
빵모자를 쓰고 빨간 카디건을 입은, 이런 표현을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조그만 몸피가 눈에 쏙, 들어왔다. 오십대 후반쯤?
그런데 머리칼이 보일 무렵에 머리칼이 보이지 않는다. 얼굴과 손은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검어 보였고 무척 메말라 있었다. 그러고 보니 빨간 카디건 속으로 줄무늬 병원 환자복이 보인다. 아주머니는 나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음악에 빠져 있다. 나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고 한참동안 아주머니를 생각했다.

이민후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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