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으로 부과된 자동차 범칙금을 과태료로 전환해 내는 것을 금지하려던 정부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현행법상 과속 범칙금을 내면 벌점이 부과되고 보험료도 할증되지만 일정 기간 미납하면 과태료로 전환되고 벌점 부과와 보험료 할증은 되지 않는다. 정부는 교통질서 확립을 위해 범칙금의 과태로 전환을 금지하고 범칙금을 통보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과속 운전자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도입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손해보험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정부는 작년 5월 규제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무인 단속카메라에 속도 위반(제한속도 시속 20㎞ 초과)이 적발될 경우 부과받는 범칙금의 과태료 전환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경찰서 방문 요구없이 범칙금 통고를 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당시 작년말까지 법령개정 등 후속조치를 취할 계획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과속이 적발된 운전자에게 범칙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신원을 파악해 본인의 확인 진술을 받아야 한다"며 "적발 건수가 연간 1천200만건이나 돼 일일이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검토는 했지만 도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법무부도 범칙금의 과태료 전환 금지에 대한 경찰청의 질의에 대해 시행하기 힘들다는 회신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과속으로 통고받은 범칙금을 납부하면 벌점이 부과되고 2회 이상 적발됐을 경우 자동차 보험료가 5~10% 할증된다. 그러나 10일 이상 범칙금을 내지 않으면 과태료로 전환돼 차 주인에게 부과될 뿐 벌점이 부과되거나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운전자가 범칙금보다 1만원 비싼 과태료를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4년에 범칙금의 과태료 전환율은 97%에 달했다. 또 범칙금의 과태료 전환 금지와 맞물려 추진돼 온 자동차보험료 할증 제도 개선 방안도 실효성이 떨어지게 됐다. 보험개발원은 과속 등 중대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보험료를 최고 30% 할증하려던 계획을 과속의 경우 2~3회 위반때 5%, 4회 이상 위반때 10%로 할증하기로 완화한 상황에서 과속 범칙금의 과태료 전환 금지가 이뤄지지 않아 범칙금을 내지 않는 대부분의 운전자는 보험료 할증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범칙금을 내는 운전자는 신원이 확인되기 때문에 교통 법규 위반 사항이 보험개발원에 통보돼 보험료 할증 대상이 된다"며 "하지만 과태료를 내는 사람은 실제 운전자가 아닌 차 주인이어서 보험료를 할증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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