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기관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부자다. 부자 가운데서도 최상위층이다. 상위 5% 또는 1%가 그들이다. VIP를 강조해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라는 말도 공공연히 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부자고객 1명이 다른 일반고객 100명 몫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보니 이들을 특별히 관리하는 금융기법이 필요해졌다. 프라이빗 뱅킹(PB)이다.▷PB는 은행업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과거 십자군 원정(1069∼1291) 당시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 귀족의 재산을 은행이 맡으면서 시작됐다. 17∼8세기에 들어서면서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강국들은 영토확장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스위스인 용병이 생겨났고 이들은 각국의 전쟁용병으로 고용됐다. 자연스럽게 용병들은 외화를 벌어들였으며 스위스로 유입된 외화는 고국의 가족을 위한 외화교환, 수취, 자산관리·운용 등의 모든 금융 서비스로 확대됐다. 이것이 PB의 출발점이 됐고 스위스가 부를 축적하게된 요인이기도 했다. 비밀유지가 탁월한 스위스 PB를 비롯한 전통적인 PB는 이때부터 전쟁, 혁명, 천재지변, 공황, 인플레이션, 살인적으로 높은 세율 등으로부터 고객의 자산을 보전하는 게 본질적인 사명으로 여겨지게 됐다.▷우리나라의 PB는 지난 90년대 초 씨티은행에 의해 개념정리가 된 이후 최근 몇 년 사이 수신 10억원 이상 고객을 주대상으로 하는 PB센터가 앞다퉈 설치되고있다. 점포공간을 일반·VIP룸·상담 등으로 3등분해 일반고객은 줄을 서서 대기하게 하고, VIP고객은 별도의 방에서 은행업무를 보게 하는 모습은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PB센터 직원들은 "전체 고객 가운데 은행에 수익을 주는 고객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용이 더 들어간다. 은행들이 20%의 고객에 집중하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보험사 역시 이같은 개념의 PB센터를 속속 설치, VIP모시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있는 모양이다. "생보 빅3"가운데 마지막으로 대한생명이 내년 1월 은행권의 PB센터개념인 FA센터를 오픈한다는 소식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프라이빗 뱅킹과 관련, "이젠 서민들도 더 이상 은행을 고집하지 말고 저축은행을 찾아보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서민금융을 거부했다고 한다. 보험사도 은행처럼 서민등을 거부한다면 어떤 "대체 보험사"를 찾아야 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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