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짓말을 잘한다는 기록은 구한말 조선을 다녀간 외국인 선교사들의 견문록에 자주 등장한다. 1920년대 소설가 이광수는 민족개조론을 내세우면서 조선인의 단점을 여러 개 꼽았는데 그 중 하나가 거짓말이었다. 오늘날에도 ‘거짓말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짓말이 만연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그 배경을 우리 민족성 탓으로 보는 시각에는 찬성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변호사를 "라이어(liar)"로 비꼬기도 한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변호사를 의미하는 로이어(lawyer)와 발음이 비슷한 것도 절묘하다. 영화 ‘라이어 라이어’는 그럴듯한 거짓말 솜씨로 승소율이 높은 한 변호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변호사의 유치원생 아들은 교사가 아빠 직업을 묻자 친구들 앞에서 서슴없이 "라이어"라고 답해 미소짓게 한다.

▷거짓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은 사실 그리 많지 않은 듯 싶다. 공자도 거짓말을 했으니 말이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한참 각 국을 떠돌며 고생할 때 일이다.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음식점 앞에서 돈이 없어 주저주저 하였나 보다. 이에 음식점 주인이 진(眞)자를 가리키며 뜻을 맞추면 음식을 준다고 했다. 이에 제자들은 참을 가리키는 진자라하자 주인은 직팔(直八)이라 우겼다. 옥신각신 중에 공자에게 그 뜻을 묻자 공자왈 "직팔(直八)이 맞다"고 했다. 물론 음식은 공짜로 먹었다. 시장기앞에 "망가지는" 공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공자가 이러니 하물며 범부라면 무슨말이 필요하랴.

▷요즘 회장 사태문제로 시끄러운 손보협회에 손보사 사장단이 직접 나선 모양이다. 사장단은 직원들의 오상현회장 사퇴주장에 타당성이 있는지, 아니면 오 회장의 주장대로 일부 세력에 의한 음해인지를 판단한 뒤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양측 주장대로 라면 누군가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있는 꼴이다. 진실은 생각했던 것 보다 빨리 가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민후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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