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 백전 백승, 백수백복(百壽百福), 백발 백중, 백배 사죄…" 숫자가 붙은 한자 말 가운데서는 단연 백이 압권이다. 이 지경이면 백은 이미 단순한 수가 아니다. 당 나라의 시성(詩聖), 두보는 "등고(登高)"라는 시에서 자신의 한 평생을 "백년"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나이 쉰 여덟에 한 많은 세상을 떴고 "등고"를 지을 때는 쉰 초반이었다. 그런데도 구태여 "백년"이라고 표현을 쓴 것은 늙을 만큼, 나이들었다는 뜻이다. 나그네 길 만리를 헤매면서 고난과 신고로 삶을 겪어 가다보면 쉰 조금 넘은 나이인데도 백년인 듯이 아득히 길게 느껴졌을 게다.

▷중국에서 한자 百(백)은 一(일)에 넓다는 의미의 白(博)을 더해 100으로 사용했다. 100을 뜻하는 라틴어 센텀(centum)도 모든것을, 그러니까 100% 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전부라는 의미다. 우리가 흔히 쓰는 %도 "당"을 뜻하는 per와 "백"의 centum이 합해져 나온 말(percent)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100은 영원과 같은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갓난애기의 "백일"(백날)은 "온날"의 의미를 갖고있어 더욱 신선하다. "백"이야말로 온전하고 온갖이고 온통이고 온골이고 또 온판이다. 백은 "온 수"다. "즈믄"(천)은 너무 크다. 인생살이로는 당치도 않은 큰 수다. 그래서 "온"인 것이다.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과거에 "세 이레"를 거치고는 ‘백 날’을 탈없이 맞는 것은 여간 뜻깊은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손보업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통합보험이 시판 반여년만에 100억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100억원 돌파"에 손보업계가 의미를 두고있는 것은 방카슈랑스 등의 여파로 보험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보험사만이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의 장점이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었다는 점이다. 업계로서는 "위기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보험료가 비싸고 여러 보험사와 거래하고있는 계약자가 한 회사로 통합해야하는 약점은 아직도 손보업계가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민후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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