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어버이날, 성인의 날 등 가정과 연관 있는 날은 모두 봄의 절정이랄 수 있는 5월에 있는데, 유독 노인을 위한 날은 가을의 달 10월에 있다. 로마시대 키케로가 노년을 "인생의 가을"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낙엽 지는 가을은 노년의 의미를 더욱 반추하게끔 하는 시기라서 그럴까. 어쨌든 노인의 날을 가을에 두기로 한 것은 십수 년 전 유엔의 결정이다. 유엔은 1991년 총회에서 1999년을 "세계 노인의 해"로 선포했고 "노인을 위한 유엔의 원칙과 고령화 관련 국제 행동 계획"도 발표했다.

▷요즘은 노인이란 직접적인 단어대신 실버란 말로 노인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실버(silver)란 은(銀)을 지칭하지만 노인의 흰머리를 미화시킨 말로 통한다. 이 말이 처음 쓰인 것은 1970년대 말 말 만들기 좋아하는 일본에서 한 비즈니스맨이 만들어 냈다는 게 지배적이다. 이때 실버산업이라는 용어도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70대 노부부의 정사장면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해서 상영불가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던 영화 "죽어도 좋아"는 어떤 청춘남녀의 사랑보다 당당하고 또 따뜻하다. "죽어도 좋아"를 본 적지 않은 이들이 노인의 사랑도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단,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젊은이들과 달리 노인, 특히 남자노인의 사랑엔 결정적 조건이 존재하는 것 같다. 건강과 돈이란다. "죽어도 좋아"의 할아버지처럼 "아들 하나 낳아달라"는 체력이 없으면, 경제적 능력을 갖춰야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능력있는 실버들을 양성(?)"하기 위한 실버진흥법이 정부주도로 제정될 모양이다. 주거·이용시설, 의료·요양서비스, 금융·보험, 재가복지서비스 등을 총 망라해 "실버"가 노후를 안락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있다. 노인문제로 통칭되는 고령화사회를 문제로만 생각할게 아니라 하나의 "현상"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개인이나 정부나 절실한 때다.

이민후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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