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어느 식품회사의 제품 개발부장이 우동을 너무 좋아하던 창업주의 명령을 받고 역사가 오래된 유명한 우동집으로 노하우를 배우러 떠났다. 그는 목표로 한 집을 찾기 위해서 서너곳의 주방 보조로 일하다가 드디어 가려고 했던 집을 소개받아 들어갔다.<BR><BR>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던 그집의 "맛 있는 우동 만들기" 기술을 익혀야 그의 목적 달성이 되는 거였다. 그러나 막상 그집에서 우동 만드는 것을 훔쳐 보았지만 제대로 배울게 없었다. 밀가루가 특이한 것도 아니고,물을 넣어 반죽하는 것도 비슷하고…. 주방에서 아무리 보아도 허락받은 6개월 내에 노하우를 익히기는 어려워졌다.<BR><BR>그는 그냥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주방장에게 요청을 했다. "일주일만 손님들과 같이 홀의 한쪽 귀퉁이에 앉아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구경만 하던 그는 일주일만에 무릎을 치고 깨달아서 돌아왔다.<BR><BR>그가 배우고 온 우동집의 노하우는 이런 것이었다. 전통있는 집이니까 단골손님이 많이 온다. 손님이 들어오면 오픈된 주방에서 주방장이 손님을 살펴보면서 "음, 다나까와 왔구나! 저사람 국물 맛이 진한 것을 좋아하지. 그러니까 시찌미를 좀 듬뿍 넣어주고…" 하면서 각자의 취향을 맞춰주고 있었다. 그것이 이 집만의 맛의 비결이었던 것이다.<BR><BR>그가 우동집에서 배워 가지고 온 노하우 그게 바로 마케팅이었다. 그가 그 마케팅의 현장에서 발견한 것은 소비자와 물건을 만드는 자가 직접 만나는 "소비의 접점"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 시키는 마케팅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BR><BR>소비자들의 그때 그때 욕구 에 맞추어 "보통의 맛있는 것"이 아닌 "내 입에 맞는 것"을 제공 하는 기술, 그것을 배운 것이다.<BR><BR>그로부터 10년쯤 지나 이번에는 그 회사 마케팅 과장이 비슷한 우동집을 찾았다. 그집도 100년이 넘게 장사를 해 온 수제 우동집. 문을 열고 들어간 그에게 "어서 오세요"라는 소리와 함께 가장 먼저 눈에 띄인 것은 대각선 위치의 유리방에 주방장 모자를 쓴 아저씨였다. 그가 들어가 있는 유리방에는 밀가루 반죽을 밀어 놓은 덩어리가 여러개 그리고 반죽을 미는 도구인 방망이 가 긴것, 짧은 것, 굵은 것, 가느다란 것 등 여러가지가 쌓여 있었다.<BR><BR>그 아저씨는 새로 들어온 사람을 흘끗 한 번 보고는 밀가루 반죽을 알맞은 홍두깨로 밀어서 주방에 넣어 주었다. 그 때 그 사람은 "음 비교적 젊은 친구가 들어왔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좀 쫄깃 쫄깃한 면 맛을 좋아하니까 요런 정도로 해서…" 하여 주방에 넣어 주는 것 같았다. 한 10년쯤 지나서 그 아저씨를 찾아가 물어 본 그에게 주인이었던 그 아저씨는 "단골 고객 200명 정도의 입맛은 알고 있어야 장사를 할 수 있었다"고 하면서 어쩌다 다른 손님들이 오면 그 사람의 나이나 어느 지방 사람들인지를 나름대로 파악 프로파일화하여 되도록 거기에 "가장 알맞는 상품"으로 맞추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BR><BR>"소비자에게 가장 맞는 맛"으로 대응하는 마케팅의 본질을 앞세운 장사. 이것이 80년대 마케팅으로 꽃을 피웠던 일본기업들의 기본 노하우가 되었던 것이다.<BR><BR>90년대에 그 우동집들을 찾아간 또 다른 회사의 한 후배는 그 우동집들이 서양식 패스트푸드점과 경쟁하기 위해서 손님들에게 새로운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계절별로 "손님들이 와서 먹기에 가장 적당한 온도"를 체크하여 거기에 맞게 제품을 내놓고 있었다.<BR><BR>소비자의 욕구와 "변화"까지 끊임없이 추적하여 거기에 가장 알맞는 상품과 서비스로 대응하는 것, 이것이 바로 마케팅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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