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날을 만끽하며 평화롭게 지내던 오리떼가 있었다. 시간은 흘러 겨울이 다가왔다. 혹한을 피해 남쪽으로 떠날 준비를 마친 오리떼들은 마지막으로 파티를 열어 잔뜩 준비한 곡식을 배불리 먹었다. 드디어 출발의 순간이 다가왔다. 그런데 오리 한 마리가 주저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곳의 곡식들은 마침 딱 먹기 좋으니 나는 좀더 먹고 떠날 거야." 동료 오리들은 다 떠나가고 남은 오리는 맛있는 곡식들로 배를 채웠다. 그러다 하루가 지났고 오리는 음식이 남았으니 하루 더 머물기로 마음먹었다. 하루, 또 하루, 또 하루만 더. 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오리는 내일은 반드시 남쪽나라로 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는 사이 바람은 차가워졌고 어느새 성큼 겨울이 와버렸다. 오리는 그제야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오리는 너무 살이 쪄 있었고 겨울 하늘은 그에게 다시 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결단의 순간을 상실한 오리에게는 따스한 남쪽나라로 갈 수 있는 자유가 없어지고 매서운 추위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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