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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인지 마포 호남식당이 문을 안 열었다. 유리문 앞에 이라는 쪽지 한 장이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었다. 나는 잔뜩 언 몸을 데리고 신작로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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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2.0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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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는 사람과 같이 울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몇 배 더 힘든 것은 웃고 있는 사람과 같이 웃는 것이다.- 유정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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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2.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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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하찮고 지저분한 똥이나 오줌 속에도 도가 있지만, 늘 보니까 자세히 안 보고, 자세히 안 보니까 못 볼 뿐이다. 2,500년 전 장자가 말했던가. 조금만 낯설게 보면 세상은 신기한 일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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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2.0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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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을 먹는데 가위를 달란다. 미용실에 온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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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2.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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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바뀌려면 모든 게 다 부서져야 한다. 지금 모습을 유지하면서 세상이 바뀌길 기다리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기다리는 것(연목구어)’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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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2.0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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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옷을 입고 세면장으로 가서 세수를한다. 세수하는 데도 아주 오랜 시간을 들인다. 이를 하나하나 뽑아서 닦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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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2.0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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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 해지고, 구멍 난 마음들…. 암담한 순간에 이런 주문 어때요? ‘우랑바리다라나 바로웅 무따라까 따라마까 뿌라냐’ 오공아 나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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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1.3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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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색의 크레파스를 가졌을 때 나는 세상도 함께 가졌다. 자면서도 히죽거릴 만큼 행복한 날들이 내게 있었다.적어도, 55색을 가진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강예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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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1.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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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이 어쩐지 낯설다. 내가 길을 낯설어하는 것인지, 길이 나를 낯설어하는 것인지. 돌담에 호박 넝쿨이라도 뻗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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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1.2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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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하는 거 전혀 어렵지 않아요. 얼마나 쉬운대요. 저는 매일매일 이십 년째 하고 있으니까, 절대 어려운 거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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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1.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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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우아해지고 싶을 때가 있다. 근심 걱정 내려놓고 호사를 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가진 것은 없지만 그냥 나를 위해서.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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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1.2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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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천 년 후에 나는, 당신은, 어떤 물방울로, 어떤 분자로, 혹은 어떤 향기로 남아 있을 것인가.- 권대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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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1.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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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이나 장미꽃처럼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자기를 깊이 끌어안아주지 않느냐고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끌어안으면 안을수록 깊이 상처받고 피를 흘리게 된다"고 말한 사람은 지금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소설가 이외수다. 사랑이 꼭 피를 봐야할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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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1.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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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라고 먼저 말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목도리 했느냐 걱정하는 사람, 목소리 가라앉았다고 담배 줄이라는 사람, 지난번에 입은 니트 멋지다고 자기 만날 때만 입으라 웃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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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1.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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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무심결에 왼손으로 커피잔을 들었는데, 어색했다. 자세히 보니, 잔의 손잡이가 오른손잡이가 쥐기 편하게 되어 있었던 것. 문뜩, 군대 시절, 왼손잡이 군인을 위한 방독면은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다수 중 하나이어야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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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1.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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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가 바람, 파도, 밀물과 썰물, 중력을 정복한 이후, 우리는 사랑의 에너지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그때, 인간은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불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 사람 테이아르 드 샤르뎅(Teilhard de Chardin)이 한 말이다. 불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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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1.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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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고마워하면 안 된다. 결국 고마워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므로.- 용윤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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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1.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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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나약하게 낡아가는 일체의 것에 대해 잔혹하고 가차 없는 그 무엇이라고 한 사람은 독일사람 니체였다. 저녁 무렵 나부끼는 빨래처럼, 외로움이 들러붙는다. 구두 밑창의 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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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1.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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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분수'쯤 될까. 문뜩 반대말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떠들석 하면서도 풍요롭다는 생각이 든다. 염소나 고관절 같은 말들은 얼마나 적막한가, 요즘 같은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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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1.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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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과 여유가 한 치도 없는 세상! 힘 있고 가진 자들이 더하여, 눈알을 희번덕거린다. 없는 이들의 겨울은 더욱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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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흔 기자
2015.01.20 15:58